시습작
엄마
은하잡초까울새
2015. 10. 10. 14:27
개울 건너 누더기 같은 밭에 그녀가 삽질을 하고 있다
바닥에 바짝 붙은 개미처럼 삽질을 하고 있다
나는 그녀 옆에 나란히 한마리 작은 개미로 된다
개미가 개미에게 넌즈시 눈길을 주면 밭 이랑 같은 미소를 보낸다
잘 갈은 밭 이랑 같은 그녀의 이마가 벙긋이 웃는다
그녀는 주름 같은 밭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날들을 보고 있다
고속도로 같은 길 만 보고 살던 그녀의 마음속 삶을 떠 올린다
그녀의 사거리며 그 길에 서성이던 대낮의 뜸부기 소리며
깊은 산골의 나물 삶던 그 저녁이며 그녀의 뒤안을 생각한다
허리는 서서히 가늘어 지고
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무가지 처럼 머리결이 히어지는 그 겨울날을 생각한다
그녀의 속마음은 밭이랑의 콩잎처럼 넓어진다
나는 그녀가 더 이상 갈곳이 없다는 것을 안다
귀향은 회색하늘을 파랗게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
나는 두리번 그녀의 밭이랑에 나란히 섰다
그녀의 이랑삽으로 메마른 내몸위를 조금씩 골을 내어 준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