벌판 둑위에 앉아 동네를 본다
늙고 쇠약한 집들이 한 줌 바람이 어루만져 지는 곳
여태껏 난 비워 두었다
김씨는 저 산 중턱에 꼬봉밥을 차려 놓았고
이씨는 도시의 하얀 불차를 타고 갔단다
다 지었나
어둠은 앞 냇가의 잔돌같은 별을 뿌리고
밤의 들판을 지켜줄 둥그만한 달같은 막사는 비치고
머리가 하얀 사람들은 꺾여진 관절염의 다리를 놓아 두고
내년 봄 추수할 식솔같은 도구를 쉬게 하였다
달빛 들판에서
낟알굵은 벼를 가슴 한아름 오둠어 보네
나를 기억하고 있는 늙은 벌판이 얼만큼이지
지친 길을 모두어
농막의 구석에 달같은 고향을 안고 깊은 잠을 청한다